자유 게시판

아들 정호 씨 회고문 재발굴

“역사적 폭력때문에 요절 확인”

‘진달래꽃’의 민족시인 김소월(1902∼1934·사진)의 죽음 뒤에는 일본의 압박이 있었으며, 심지어 아내와 동반 자살하려 했다는 사실이 실증적 자료를 통해 새로 밝혀졌다.

문예교양 계간지 ‘연인’은 이번 여름호(통권 34호) 특별기획으로 김소월의 3남인 김정호 씨의 회고문 ‘아버지 소월과 나의 표랑기’를 싣고 이에 대한 해설을 붙였다.

김정호 씨의 회고문은 최초 1958년 8월 잡지 ‘여원(女苑)’에 실린 것이다. 김소월 사후 24년 만으로 김소월 가족 내력과 김정호 씨의 반공포로 생활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평북 구성 출신인 김소월이 월남하지 못했고, 6·25 전쟁 직후여서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과 인물을 재조명해오던 ‘연인’의 신현운(발행인) 대표는 김종욱 예술자료연구사의 도움을 얻어 마이크로필름 형태로 국립중앙도서관에 잠자고 있던 회고문을 재발굴했다.

회고문에 따르면 김소월은 1934년 12월 24일 사망 당시 아내 홍실단 씨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긴긴 겨울밤은 깊었다. 잠결에 어머님은 입에 무엇이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인단(仁丹·은단)이려니 했다. 아버님은 어머님의 입에 인단을 넣어 주셨던 일이 흔히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그랬는지 어머님은 그것을 그냥 뱉어 버리고 다시 잠들었다. (…) 동창이 밝기 시작할 무렵 어머님은 아버님의 살결을 만졌다. 이상스럽게 차디찼다. (…) 몸을 흔들었다. 빳빳할 뿐이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동안 문단에 알려진 김소월의 사인은 음독 혹은 아편 복용으로 인한 자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소월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회고문을 통해 김소월이 동반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이 심했으며, 그 원인은 비단 개인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억압도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고문을 분석한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그때의 자살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김소월 시인의 죽음의 현장을 전해 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김소월의 요절은 일제강점의 역사적 폭력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회고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변영로의 ‘소곡 오편’ 등 20편의 시와 동요도 이번에 새로 발굴됐다. ‘소곡 오편’은 1921년 ‘신천지’ 1월호에 발표된 것으로 미공개 작품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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